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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 趣味/Korea

봄꽃 날리는 시간에

3월에는 변화무쌍한 날씨 덕분에 6번 밖에 주행을 못했는데 4월은 중반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겨우 2번 밖에 데굴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지난 3월처럼 눈이 날리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바람이 강해서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좀 그렇고 그러했지요.

덕분에 평소에는 조금 보기 드문 복장으로 라이딩을 하거나 산책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이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더위를 타지만 추위는 살짝 덜 타는 편이어서 언제나 복장이 널널하지만요.



사실 바람만 좀 빼면 날씨 자체는 예쁜 날이 좀 있었습니다.

들고 다니는 카메라를 가지고 이런저런 나날을 찍어두어도 잘 찍히는 것은 역시 날이 예쁠 때입니다.

평상시에 다니는 길목인데도 날씨가 좋으면 무언가 모르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게 되는 것 같지요.


해외 친구들이 가끔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서울에 사는 저는 정작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강남 지역이 뉴욕 타임스퀘어를 닮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빌딩 높이와 함께 광고판들이 커지면서 묘하게 그런 분위기를 풍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변화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글을 모르는 해외 친구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가끔 질문을 던지는데 강남역 주변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성형외과 관련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묘한 실소가 나오게 됩니다.

전에 잠깐 한국 서울을 들렸던 친구 한 명은 성형광고판에 나온 여성이 하도 예뻐서 유명한 배우냐며 질문을 했었는데 저는 모른다고 했더니 왜 그렇게 한국인이면서 한국 연예인 정보를 모르냐고 구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이라는 곳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기 나라 문화나 생활권에 속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회, 문화 관련 언론에서 일하는 국내 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회의 성장 요소와 함께 인식 변화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그것이 확실한 변화점으로 작용하기 까지는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론이라고 해도 그것이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에게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가 바라보는 해외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계층 간, 문화인식이 다른 영역별로 또 다른 이해를 가지게 되는 것과 같고요.



그래도 4월이라고 하면 봄이라는 기운을 맞이하는 가운데 나무에는 어딘가 모를 싱싱함이, 꽃들은 향기를 내뿜으면서 계절변화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일반인 기준, 생활패턴과 활동 시간대가 좀 달라서 이렇게 계절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때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 볼 때인 것 같습니다.

정말, 도심생활을 하다 보면 몇 가지 패턴 외에는 이동하는 구성이 뻔해서 맨날 같은 것만 보고 살아간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살짝 다른 쪽을 다녀보지 않고서는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기란 어렵지요.



정말 가끔이지만 강변에 떼지어 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서울 한강은 확실히 도심지에서 볼 수 있는 강변치고는 넓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맛이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만 의외로 그것을 바라보고 사는 시간이 적은 서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벚꽃은 언제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만개했다가 화려하게 사라지는데 저야 사람들이 몰릴 때 가보는 것이 좀 그러해서 시간대를 피해 다녀옵니다.

사실 자전거길을 다녀보면 예쁜 꽃길이 여기저기에 있기 때문에 크게 따질 것은 없답니다.



사람들 몰려있는 곳을 다니는 것은 좀 그렇고 그래서 가급적 주말은 피하고 있고 평일, 그리고 늦은 밤 시간대에 데굴거리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이게 또 만만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각대라도 들고 다니면 예쁜 밤 사진, 별 사진을 남겨두겠지만 그냥 그날그날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으로 만족을 하다 보니 은근히 찍기 편한 낮 시간을 제외하고는 잘 찍어두지 않게 됩니다.



오늘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다녀온 어제 라이딩은 이 꽃나무 길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생각하면서 찍어보게 되었습니다. 꽃들이 지고 난 후에는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생각해봅니다.



이런저런 애들을 다 돌아보면서 사진으로 남기면 굉장히 많지만 꽃구경하자고 달리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만개한 꽃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가끔 보면 열심히 속도 내며 달리시느라 주변을 거의 돌아보지 않는 아쉬운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레저의 의미도 생각해봅니다.



워낙 일상이 삭막(?) 한 과정 속에서 반복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주는 감각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여전히 손바닥 폰 화면에 집중하면서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저처럼 어디를 가도 촌사람 서울 구경 온 것처럼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언제나 보이는 것이 다르게 담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두리번거리는 것이지만 확실히 그런 시야 감각을 가지고 본다는 것은 일상적이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도심지 한가운데에서 그런 모습은 정말 만나기 힘들지요.



날이 조금 따스해지면서 바깥으로 나와 강변 화단이 있는 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담소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묘하게 다른 추억거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짧은 대학생활에서 느낀 한국의 정취는 술과 모임이었는데, 해외에서는 분수대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왜 그렇게 신선하게 느껴졌는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같은 수준의 대학생활이라는 과정을 생각해보아도 말이지요.

물론 공부와는 담을 쌓은 저에게 있어서 학습하는 과정보다 그 여가시간 활용이라는 부분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화려함을 보여주는 꽃들 사이에서 떨어지는 잎들을 보고 있으면 추억거리가 떨어져 간다는 생각도 합니다.

2018년 봄에 만난 꽃잎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그리고 다시 맞이할 봄에는 어떤 꽃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비슷한 시간대에 퇴근을 하는데, 전에는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을 때 집에 들어오고 훨씬 어두웠는데

지금은 아직도 노을빛이 선명하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봄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