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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ware Story/Electronic Goods

올림푸스 Camedia 2020




이 녀석은 제가 최초로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아주 이전에 말한 그대로, 저는 1980년대 외삼촌이 좋아하시던 사진찍기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딩가딩가한 사진찍기를 가르쳐주신 외삼촌은 지금 고인이 되셨지만 나름대로 심심치 않은 재미를 알려주셨습니다.

정식으로 사진찍기를 배우신 것이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찍으신 외삼촌 덕분에 저는 아무 생각없이 외출할 때
봄날 따스한 날에 카메라 들고 가서 꽃을 찍는 삼촌과 시간을 지낸 적이 있지요.

실제 얼마나 사진이 주는 매력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하게 느끼고 감상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그런 적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일반 카메라보다 일안식이나 리플렉스 스타일 카메라가 전자동 카메라보다 조금 더 좋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지요.
물론 필름카메라 시대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암실을 마련해서 필름현상의 미묘함을 맛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정도는 구분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97~8년 사이에 디지털 소자의 개발과 전자식 CCD찰상소자의 저전력 모델이 개발되었다는 소문과 더불어
가정용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색다른 매력을 불어닥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나름대로 기대를 했습니다.
그동안 필름카메라를 통해서 찍어온 약 2만여장의 사진을 생각하면서 거기에 들어간 불편함이나
필름값이 아까워서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 못했던 아쉬움 등을 생각하면서 빨리 시장에 나와주기를 바랐지요.

결국 대중적인 가격대를 형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1998~1999년 사이에 나온 디지털 카메라들은
나름대로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주었고, 저는 필름카메라때 색감과 느낌이 마음에 들었던 올림푸스 브랜드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업무까지는 아니라도 해도 니콘과 캐논 제품은 몇번 손을 대고 있었지만 워낙 비싼 고급브랜드 성질을 느끼고 있었고
렌즈군의 도입, 오토포커스 도입시절이라는, 상당히 비싼 경험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려웠지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색감이 저에게 맞았던 쪽이 아무래도 올림푸스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봄에 먼저 나온 카메디아 C-2000ZOOM은 니콘의 쿨픽스 950과 더불어 2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영역에 있어서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분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기동이 느리고, 조작성이 어중간했지요.
80~100만 화소 모델이 초창기에 나왔을 때는 좀 허무맹랑하다고 할 정도의 가격이었기 때문에 최소 200만화소급이 대중적인 가격으로 나고 조금 사용하기 좋은, 내 감성에 맞는 애가 나오면 꼭 손에 넣겠다는 다짐도 있었기 때문에 항시 이쪽 소식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결국 1999년 11월, 호속기종으로 이 2020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나온 제품이 2000이니까 이번에는 3000일까? 아니면 조금 성능 개선만 이룬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2500일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나온애는 2020? 조금 이상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신제품이라고 하니까 게다가 기존 실버 컬러에서 메탈컬러로 바뀌면서 좀 더 있어보이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렌즈 밝기였지요.
이게 결정타였습니다.
F2.0 ~ 2.8을 표현하는 3배줌.
광시야각 저온 폴리실리콘 TFT를 사용한 액정 디스플레이 채용으로 라이브 뷰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디지털 카메라 세대의 매력을 정말 잘 보여주었지요. 물론 실제 이미지 색감이 워낙 달랐기 때문에 상당히 골치아픈 경험을 했지만, Quick Time Motion JPEG을 지원하면서 최대 60초간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었다는 점 등을 보면서 오오오오~ 하는 매력을 따져보았던 옛날을 추억합니다.

여기에 장시간 노촐도 수동으로 약 15~16초까지 개방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다만 이때만 하더라도 손떨림 보정같은 것이 없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는 점,
디지털 기기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빠른 제품 회전율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제품입니다.
그래도 이녀석을 기준으로 이후에 이런저런 애들을 사용해볼 기회를 얻게되었고 이후 저는 약 10여종이 넘는
디지털 카메라,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들을 손에 넣어서 취미라이프를 꿈꾸어 보게됩니다.
이때만 해도 일본에 자주 나가던 때였기 때문에 거의 갈때마다 신기종을 만져보고 구입하던, 조금 바보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그나만, 주변에서 바로 바로 사가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저는 조금 써보고 바로 신제품 구입하고 하는 식으로
저의 취미인생을 만끽할 수 있었지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과연 이런 물건이 진짜로 '카메라'의 이름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아날로그한 시간을 많이 보냈던 저는 음악도 대부분 아날로그로 구성된 제품들을 듣고 자라왔고 덕분에 디지털화된 음(音)이 가지고 있는 차가움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디지털 카메라는 이전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보다 화질이 나빴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이것으로 넘어올 때 이미 저는SLR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요.
캐논과 니콘에서 나온 애들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니콘 F4를 선호해서 사용하고 있었을 때였으니까요.

그래도 이 디지털 카메라에 맛을 들인 것은 필름값이 절약된다는 것 때문에 덜턱 구입을 하게 된 제품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일반 필름 카메라로 캐논, 미놀타, 라이카 제품을 사용해보았지요.
그러나 그 애들을 사용할 때보다 이 디카를 사용하면서 저는 훨씬 많은, 그리고 경험치도 훨씬 팍팍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주변에서 디카경력이 조금이라고 해도 놀랍도록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내공이다 뭐다해서 여러가지 고전적인 조건이 필요했지만 디카로 오면서는 오직, 체력과 열정만 있으면 파파파팍~! 찍으면서 경험치를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도 고급기, SLR기종의 휴대성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후 다시 올림푸스 뮤 시리즈(물론 필름카메라)를 사용해본 경험을 다시 하면서 디카 수준에서는 이 정도 제품을 사용해보자는 생각에 구입했었습니다. 화사한 렌즈가 주는 맑은 감각은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오토 포커스가 애매모호한 점과 기동이 느리다는 점에서 과연 자동 카메라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로 한 2,000장 정도 넘게 찍어본 것 같습니다. 결국 본전은 뽑지 못했다고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