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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미술이라는 것을 다르게 보게 해준 책자들



요전에 잠깐 써둔 것이 있었지만 물어본 분도 계셔서 이 책 이야기를 써둡니다.

처음 뉴욕에 장기출장을 가있을 때였습니다.

약 3개월 정도였는데 일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조금 더 많은 구경을 하려고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관광으로 미국을 가게 된 지 얼마 안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뉴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타임스퀘어가 가서는 어디에 타임스퀘어가 있는지 몰라 돌아다녔던 추억도 있습니다.

유명한 곳이니까 타임스퀘어라고 알아보기 쉽게 표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곳이 안 보여서 그 타임스퀘어에서 계속 뺑뺑이만 돌다가 늦은 밤에 왔던 추억이 있습니다.

90년대 초에 한국인이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어려운 곳이었는데 특히 어려운 것은 문화적 이해관계의 차이였습니다.

게다가 영어회화도 짧다 보니 무언가 물어보면서 다니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말이 거의 필요 없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전을 생각해서 밝은 시간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환경이 되다 보니 브로드웨이도 몇 번밖에 가보지 못했더랍니다.

브로드웨이 주변은 조금 어둑해진 시간에 가보는 것이 훨씬 분위기 있답니다.

더불어 미국적인 특징이 몇 개 보이면서 확실히 틀리다는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과 친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적었다고 하겠습니다.

신년을 맞이하는 연말 분위기도 있어서 뉴욕에 있는 고서점을 갔을 때 이 책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Phidon 프레스에서 1974년에 내놓은 책자들로 유명한 서양화들을 모아둔 책자였습니다. 상당히 큰 A4 사이즈로 간단한 작품 해설(길면 제가 사전 보면서 찾아보기 어려웠으니 간결할수록 좋았지요)에 큰 지면으로 서양미술에서 말하는 무언가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연말 세일 가격으로 싸게 3권을 구입해서 보면서 신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미술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고 그냥 서양화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 때문에, 왜 좋은 것, 유명한 것이 되었는지는 이해를 못한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책자에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미술관련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그런 그림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왼쪽에 있는 '마스터피스'는 말 그대로 명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책자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쉬운 편이었고, 가운데에 있는 '반 고흐'는 그래도 유명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던 것이지만 오른쪽에 있는 '판타지의 미술가들'은 제가 기존에 모르던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세 유럽의 문화적 배경을 깔아놓고 봐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림만 보는데 빨려 드는 듯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어중간한 느낌과 달리 조금만 가면 메트로폴리탄이 있으니 거의 매주 가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적인 소양이 거의 없는 저로서도 그냥 말이 필요 없이 보는 느낌이 생소하면서 재미있었던 때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책자들을 구입하고 보고 난 후에 버리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자 3권은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훨씬 더 많은 정보와 더 세밀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서 보고 느꼈던 그 시간이 자꾸만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후에 런던이나 파리, 로마에 갔을 때 접한 이러저런 미술품, 그림들을 보면서 묘한 정서적 흥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미술관의 사정으로 인해 언제나 여러 작품들을 다 전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즌, 특별전 형태로 전시 형태가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일부러 찾아가보는 쓸데없는 노력도 했지요. 시드니와 도쿄, 암스테르담, LA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미술관 박물관에 들러보는 습관은 한동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말 별생각 없이 들어간 서점에서 이 책자를 접한 후에 생긴 변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인생의 취미, 추억 어린 시간이나 경험이라는 것은 어떤 인연으로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책자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