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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 Story/Adult

옛날 옛날에 취미라는 것을 하다 보면

옛날이야기를 쓰는 것은 조금 고리타분할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제 경우, 무척 좁은 지역에서 한정적인 취미생활을 했기 때문에 대중적인 감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요전에 써둔 포스트에서 블로그 이웃이신 시가즈 님이 써둔 댓글을 보다 생각난 것이지만 확실히 20세기 말, 1900년하고 70~80년대와 90년대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사회생활을 IMF와 비슷한 때를 거치면서 진행되다 보니 참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기억된다고 하겠지요. 신규인원을 뽑기에는 어려운 몇 년간이 이어지면서 IT나 게임 산업을 제외한 부분에 있는 친분관계 대부분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전에 말한 대로 친하게 지내는 몇몇 취미인을 제외하고서는 그 외 사람들의 환경이나 생활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더랍니다. 몇 년 정도 지나서 알아보면 굉장히 변한 이도 있고, 떠난 이도, 그리고 도망을 가거나 없어진 이도 있어서 조금 놀랐더랍니다.

지금에 와서는 추억거리로 말을 하게 되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그것도 1~2차가 아니라 총 4차에 걸쳐 개방되는 구성으로 진행된 한일문화 개방 여파는 굉장히 많은, 그리고 묘한 도시괴담, 전설들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그 시간, 상황 변화에 직면했던 몇몇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시무시했던 현실감도 있고요. 당시 문화관광부, 문화체육부라는 변천을 거치면서 다양한 영상, 기록, 문화에 대한 한일간 문화교류에 대한 개방 방법들이 논의되었고 적용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많은 취미인들은 일본 제품, 서브컬처 제품군이 상당히 싼 가격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우선 책자는 일본어로 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 반환, 소각되었기 때문에 정말 필요했고, 게임소프트와 음반, 영상소프트, 장난감 등은 말 그대로 무식한 가격대를 형성했던 것에 비해 안정되기는 했지만, 정작 IMF를 비롯하여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조금 피곤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저는 이미 열외 상태였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들어가 열망하던, 현 세대의 진성 오덕 파이터들의 그것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었지만, 정부나, 실천 부서 등의 일등을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환경 변화에서 바꾸어질 것에 대한 꿈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꿈 많았던 소비자의 입장이었을 때는 이런저런 기대를 하고 볼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소비자에서 생산자, 사회 일원이 되어 경제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이후에는 아무래도 보는 관점,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크게 달라진 이유는 제가 해외여행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니까 말을 하는 것이지만, 어머님께서 여행사를 하셨더랍니다. 1987~88년 사이에 일로 해외에 몇 번 나가오셨고, 외삼촌은 해외 역군으로 사우디 등지에서 일찍부터 나다녀오셨으며 (이것에 관련된 일화는 오디오 쪽 포스트에 쓰여있습니다) 이모님 따님 중 한 분이 항공사에서 근무를 하셨습니다. 현재는 독일 분과 결혼해 독일에서 살고 계십니다.
선교활동을 하시던 작은 이모님은 필리핀에 살고 계시고,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 근처에서 친분을 쌓은 취미 친구 한 명은 아버님이 스위스 분이셨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큰이모님이 하신 일이 '만화방'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만화방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원 없이 대여 만화, 대본소 만화, 그리고 해적판 만화를 잔뜩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로서는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었던 인맥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덕을 본 것은 조금 됩니다.
다만 과거에도 이야기했듯이 제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집안이 가난했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셨기 때문에 취미로운 영역과는 많이 다른 생활을 했습니다.
덕분에 어렸을 때는 일찍부터 동네 만화방을 전전하면서 혼자 놀았습니다.
셋방살이에 부모님은 안 계시는 상황이었고, 지금처럼 유치원이나 탁아소 같은 것에 다닐 기준이나 형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돌아다닌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방황하는 습관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큰이모님 만화방에서 가끔 표지도 없는, 이상한 만화 묶음을 보게 되는데 주로 [마징가 Z]나 [겟타 로봇]같은 거대 로봇 장르가 많이 나와서 즐겨봤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에) 만화를 보면서 한글을 깨우친 저는 이 만화를 보면서 이상한 것을 알게 됩니다.
한글이 아닌 이상한 글자, 모양들이 만화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식자 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일본 잡지나 만화를 베껴서 그 위에 대충 한글을 넣은 해적판 책자이다 보니 당연히 요상한 해적판 책자가 된 것인데 이런 것을 보니 중간중간에 이상한 글씨가 눈에 들어오고 결국 그것이 일본어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린 마음에 보아도, 제가 만화방을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철인 28호와는 다른 모습, 다른 스타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목과 타이틀, 대사가 한글이 아닌 것입니다.
참고로 대여 만화방에 납품된 해적 만화 타이틀은 [철인 1호] [철인 2호] [철인 3호], 이런 식으로 나와 그렇게 기억을 했더랍니다. 
80과 90세를 넘으신 나이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 등을 지나오시면서 일본어를 하실 줄 알았기 때문에 저에게 그것을 읽어주셨는데 그것이 참 묘한 경험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아직은 소년잡지를 구해볼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만화방에서 1권 빌려보는데 1~5원 하던 시절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 기웃거렸던 상황에 가끔 보는 만화책 내용이나 구성, 그리고 그림체가 많이 다른 것을 보게 된 것은 바로 이 작품 때문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로봇 형사]인데 한국 해적판 만화는 흑백이 당연한데, 이 만화는 컬러 표지를 가지고 있었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놀랐지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동네 만화방을 몇 군데 돌아다녔는데 이상한 만화방 구석에는 이런 책자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한국만화와 일본 만화의 경계, 그리고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알아갈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신림동, 봉천동 주변 미개발 지역 주변 몇몇 공방에서 해적판 책자를 만들면서 이런 것들이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 잘 돌아보니 이런 책자, 모양을 한 것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고속버스 터미널, 종로 중국대사관 주변에는 해외 서적을 취급하는 곳들이 있었고 최신 간행 책자가 아니거나 중고로 굴러다닌 흔적이 역력한 그런 것들이 그런 점포 주변에 널려있었거든요. 제대로 포장이 된 책자가 아니라 문 바깥 쪽에서 볼 수 있거나 뒤적일 수 있게 이런저런 책자, 잡지, 표지가 구겨지거나 뜯겨나간 책자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속칭 70년대 80년대 소년 소녀들이 한 번도 국내에서 방송된 적이 없는 이상한 로봇이나 만화, 장난감을 알게 되는 것은 다 이런 책자들을 통해서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집이 가난해 흑백 TV도 없었기에 오히려 이런 책자들을 구경하면서 묘한 감상을 알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조금 의외로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학교 앞 문방구 점포 주변에 이런저런 괴상한 책자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나중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아파트 촌이 생기면서 부촌 느낌 나는 동네에 놀러 가면 또 다른 괴상한 책자들을 볼 수도 있었지요.
     


게다가 그 소년잡지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보기 드문, 이상한 장난감 광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끔 파본, 망가진 책자에서 흩날리는 이런 광고지를 주워다 가져오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이게 무엇일까? 어딘가에서는 이런 로봇들이 나오는 만화, 애니메이션, 장난감 들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서 나름 취미 상상을 즐겼더랍니다.
참고로 어린 마음에 '겟타2' 디자인을 보고 악당 로봇이라고 생각을 했었더랍니다.

나름 생각을 해보면 제가 추구했던 장난감의 꿈은 이런 광고들을 봐가면서 키워왔기 때문에 굉장히 고리타분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손으로 감아 달리게 하는 모터, 고무동력 완구들을 바라보기만 했던 날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요. 손에 넣을 수없이 그냥 구경만 하던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인 환경과는 다른 것이라고 하겠지요.
     

 


어린 마음에 봐도 극화 구성이 너무 달라서 과연 이 책자들이 어떤 것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가끔 신문에 나오는 한자들이나 영어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은근히 그런 것들을 눈에 익혀가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어렸으니 이런 그림체들이 있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내용은 알 수 없었고, 그냥 '외국책'이라는 것만 인지하고 있었지요.

참고로 나중에 한국 소년잡지에서 이런 것과 비슷한 삽화, 일러스트, 그리고 내용들이 비슷하게 나온 것을 보면서 놀랐던 추억이 있습니다. 특히 UFO 관련 특집이 완전 똑같이 구성되어 있어서 무척 이상하게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지요.
저는 취미로 글을 배운 사람이다 보니 한글은 만화책을 보면서, 한자는 무협지를 보면서, 영어는 디즈니 학습만화를 보면서 알게 된 스타일입니다.
그렇지만 무척 순진했던 마음을 가진 소년이다 보니 당연히 국내에 출간되는 잡지나 책자 내용이 일본 소년소녀 잡지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못했었지요.
   
   


물론 저는 괴상한, 인기 없는 책자들만 본 것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인기 있는 책자는 책방 안쪽, 좋은 자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예쁜 그림을 한 책자는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었지요. 나중에 조금 머리가 커지고 과학사, 문방구를 겸한 조립장난감 파는 곳에서 알 바 아닌 알바를 했던 것도 이런 책자들이 언제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소년,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과는 다른, '더 있어 보이는' 책자, 잡지들이 있었거든요.

     


어린 시절에 의미도 없이, 내용도 모르고 좋아했던 그림체 중 [슈퍼 로즈]가 있었는데 내용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표지 그림만 보고 이상하게 좋아했습니다. 이 작품은 나중에 만다라케에 갔을 때, 본 적이 있지만 차마 구입은 못했더랍니다.
또 다른 의미로 기억하는 것은 첫 이미지 데즈카 오사무의 [뱀파이어]인데 일본어를 읽을 줄 아시는 외할머니가 제목을 보고 "반파이아"라고 읽어주셨기에 저는 그게 무슨 뜻이냐 물어보게 되고 할머님은 모르신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읽을 줄은 아는데 왜 뜻을 모르는 것일까?
그것이 의외로 궁금했더랍니다.
나름 철학을 해봤지요. 아직 미취학 아동이 그런 것을 가지고 고민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읽을 수는 있는데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라는 것에 대한 이해를 그때 좀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책으로만 보던 "해외 나라"에 대한 인식으로 보면 대한민국 외에는 미국과 일본, 북한과 중국, 소련 정도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서양 영화라고 하면 전부 미국 영화만 있는 줄 알았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ABCD를 보면 그냥 영어라고 알지, 그것이 어느 나라말인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더랍니다.
영어는 미국 말이야.라고 말하는 답도 들었지만 (저보다 몇 살 더 먹은 친척 누나가 한 말) 영어는 영국 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한국어를 쓰는데, 영어는 많은 나라 사람들이 쓰는가 보다 했지요.
그러면 왜 이런 만화, 특이하게 관심이 가는 쪽은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글을 쓰는 것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았더랍니다. 그러면서 은근 만화보다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것도 길어질 것 같아서 우선 여기까지만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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