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에 사용된 ‘엔젤’표기만 보아도 과거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화제의 작품이었습니다.
이때는 엔젤 : エンゼル 표기이지만 지금은 エンジェル로 표기되고 있는 바로 그 괴기스러운 OVA 엔젤컵입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로서 다양한 화제를 불렀던 작품이었지요.
기획시작은 1986년 뉴타입잡지 관련과 더불어 이런저런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기획이 등장하던 때에 당시를 풍미한 애니메이션 이타노 이치로에게 기존작품과 다른 하드보일드 SF액션 작품에 대한 감독제의가 들어옵니다. <전설거인 이데온>에서 보여준 입체적인 전방위 미사일 발사장면 연출덕분에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1982년 스튜디어 누에 : スタジオぬえ를 창설한 카와모리 쇼지 : 河森正治에게 이끌려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된 이타노는 이후 작화감독, 특히 메카 관련 디자인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85년 전설적인 OVA <메가존 23 : メガゾーン23>에서 연출을 담당하면서 기반을 확고히 한 그가 1986년에 속편으로 나온 <메가존 23 파트2 : メガゾーン23 PART II 秘密く・だ・さ・い>에서 총감독 겸 메카 작화감독을 하면서 가희 보여줄 수 있을만한 기량의 한계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소속사 ‘아트랜드 : アートランド’에서 독립을 하고 바로 유우키 노부테루 : 結城信輝와 모리카와 마사미 ; 森川定美 등과 함께 D.A.S.T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집단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은 바로 <진마신전 배틀로열 하이스쿨 : 真魔神人伝 バトルロイヤルハイスクール>이라는 걸출한 OVA를 제작해서 1987년 당시를 신나게 해줍니다. 지금에 와서는 무척 아슬아슬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지만 (VHS와 LD 외에는 판권문제 때문에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도전한 작품이 바로 이 ‘엔젤 컵’이었습니다.
제법 충격적인, 인상적인 연출을 통해서 보여준 1화와 2화 에피소드를 보고 많은 이들에 오오오오~ 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정작 이 작품은 장장 5년이나 걸린 1994년에 완결을 보았습니다. 이게 참 묘한 일이지요. 이타노 + 유우키 노부테루 콤비는 굉장히 인상적인 화면을 보여주었고 (스토리 부분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기존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도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에는 오히려 표현이 불가능한 과격한 액션장면들이 가득한 이 작품에서 오히려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작진의 불화설(?), 시장진입에 있어서 불필요한 경비누출(?), 버블경제 여파로 인한 세턴드 임펙트로 소멸(……뭐 소문은 언제나 있었지만요) 등 등이 거론되지만 사실 얼마나 정확한 이해판단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심 진마신전과 함께 이 작품 엔젤 컵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아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에 1994년 바로 마크로스 플러스 : マクロスプラス로 바로 복귀하면서 작화를 담당하고 자신이 만들어 보여준 스타일을 셀 애니메이션에서 CG로 변화시키는데 빠르게 적응을 하였습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영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서브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완결했다고 하겠지만 이 작품 <엔젤컵>은 지금에 와서 보아도 다시 재완성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가끔 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회고하는 모임에서 거론을 하다보면 꼭 화제가 거론되는 이 작품은 나름 시대적인 인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근 미래 도시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980년대 기준으로 볼 때 미래라는 것은 비약적인 발전을 한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테러조직들과 싸워야 하는 바이오닉 전사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일 것같으면서도 비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활동을 했던 현장에 있던 인간들의 말을 들어보면 새로운 시장 개척과 더불어 할리우드 시장에 대한 접근을 염두에 둔 제작자들이 의도한 답이 바로 1980년대말, 1990년대 초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기존 일본 내수 시장 하나만으로는 늘어나는 팬, 제작사들의 역량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어서 (아직 관련 아이템 판매 시장이 확립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동, 저 연령층 판매구조 외에는 급격한 매출기대를 가질 수 없었지요.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유명세를 떨치는 당시의 유명 제작자들은 21세기 전후로 활동이 정지되거나 전환되는 형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의도적인 구조라고 해도 사람들은 할리우드적인 스타일과 할리우드 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연출을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으로 연결시키려고 했고 덕분에 아동용과는 다른 느낌이 진~한 성인지향 작품들이 선을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건담이나 매크로스처럼 인기 작품의 시리즈화로 자신들의 자리를 안정적으로 정리한 구성이 주류가 되었다고 하지만 꾸준히 새로운 것을 추구한 작품제작상황은 9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상당히 고전적인 작품이지만 1989년 당시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기개와 함께 화제를 불렀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제작진들이 너무 유명했고 앞서 보여준 진마신전, 단편 OVA에서도 확실한 손맛을 느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치관을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생각만 했지, 그 결과가 어떤 미래를 가질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겠지요.
각본은 아이카와 노보루 : 会川昇 (이것만으로도 꼭 구입해야 할 가치를 보여주었던 시대였지요)로 당시 시대를 풍미한 이름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미묘한 진행과 함께 더딘 제작스케줄, 그리고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회사가 도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이야기는 후반부 4, 5, 6부가 완결되는 시간차이가 너무 나게 되어버렸고 여타 작품들처럼 도중에 멈추어버리는 작품이 될 뻔했지만 (KSS기획 애니메이션들이 대부분 그런 꼴을 보았습니다. 파이오니아나 도시바 쪽은 그나마 하드웨어 지원을 내다보았기 때문에 허접하게라고 엔딩을 보여주었지만 말입니다) 제작진들은 자기희생을 통해서 이 작품응 완성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기대한 그것과는 다른 결말, 김이 빠진 작품이 되고 말았다는 평을 하게되지만 1980년대 사람들이 예상한 1990년대의 미래, 도쿄에 대한 가치관은 확실히 남다른 것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야마토, 마크로스, 북두의 권 등등 인기작품들이 다들 ‘세기말’ 분위기에는 틀림없이 무시무시한 혼돈이 존재할 것이라고 암시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지금에 와서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은 당연히 완성도를 의심하실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게 뭐야?” 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캐릭터디자인을 비롯한 제작자들 유명세에 비해서 대단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치고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1989년 당시, 이렇게 잘 만들어진 OVA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점에는 솔직히 완벽한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처음 1, 2, 3부가 나온 이후에 완결된 4, 5, 6부까지 나오는데 5년이나 걸렸다는 점은 기다리다가 도중에 포기하신 분들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잔인한 영상처리는 원작 만화를 능가하는 리얼리티의 권화(勸化)라고 해도 좋겠지요. 작화와 묘사된 부분을 지금에 와서 보면 우습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애니메이션이라는 재미가 보여줄 수 있는 멋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여기에 나오는 미네(蜂)라는 담배를 알게 되서 줄줄이 피웠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 지금은 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