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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Story/Gashapon

가샤폰(ガシャポン)과 가차폰(ガチャポン)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캡슐 피규어(피겨)를 접하고 있기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한 3~4년 전만 하더라도 이놈의 캡슐 피겨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캡슐 피규어의 대표명사가 되어있는 가샤폰과 가챠폰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리면 "찰카닥 찰카닥(가샤 가샤 또는 가챠 가챠)"소리를 내면서 투명캡슐이 "뿅∼!(폰∼!)"하고 나오는 캡슐 피규어의 명칭입니다. 이 캡슐 안에는 염화비닐 재질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및 게임 캐릭터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제품을 '가샤폰'또는 '가챠폰'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가샤폰'은 일본의 캐릭터 업체 반다이가 상표등록시킨 이름으로 캡슐 토이의 브랜드 명칭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가샤폰이라는 단어가 대표명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후발 업체들이 지칭되던 가샤폰이라는 명사를 쓸 수 없게 되자 가챠폰이라는 명사를 새로 내세워 판매 했습니다.

이런 제품을 동전을 넣고 뽀는 캡슐 토이 종류를 우리나라 식으로 고친다면 '찰카닥뿅'입니다.

 

최초에 이러한 제품 기획과 판매를 한 것은 일본 굴지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반다이(BANDAI)입니다.

80년대 말에 처음 시작한 'SD(스몰 디포르메: 이등신 캐릭터)가샤폰'(일명) 시리즈는 거의 아이들 장난감 수준으로 색도 고무재질에 따른 기본색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의 경우 주사위게임(보드 게임: 대표적으로 블루마블, 억만장자 게임 등)을 좋아해서 말로 쓰기 위해서 이것들을 모았습니다. 고무 지우개를 파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정교했으니까요.

 

나름대로 SD건담 팬들에게는 은근슬쩍 콜렉션 물품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코흘리개 장난감이었지요. 결국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어린이용 시장에 있어서 기본 아이템으로 정착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싸니까). 일본에서도 이때부터 이 제품들을 차곡 차곡 모아온 인물들은 거의 없습니다(있으면 초 매니아 -일명 오타쿠- 이지요).

그리고 1991년에 정식으로 가샤폰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캡슐형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도 200엔이었습니다만 그렇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샤폰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1994년 9월 22일 반다이 벤더사업부 캡슐과(진짜로 이런 과가 있습니다)에서는 HG(물론 뜻은 하이 그레이드)시리즈 가샤폰을 내놓았습니다. 그것도 과감히 200엔이라는 기존의 일반 캡슐 토이와 동일한 가격으로 말이지요. 한참 거품경제가 최대로 팽배해졌을 때의 일이라고 하지만 곧 터진 경제붕괴로 상당히 힘들었을 터인데 이 제품은 잘도 버텨 왔습니다.

 

이 반다이의 가샤폰HG시리즈는 우선 색이 전부 칠해져 있어서 웬만한 꾼(일명: 가샤라, 폰타꾸)이 아니고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달리 거의 실제 비율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지다는 겁니다.

 

사실 이 제품들은 가샤폰HG시리즈의 태동으로 인해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면서 동반한 업체들이 큰 시장을 형성,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10월을 기준한다면 대표적인 업체들만 해도 유진, 야마토, 카이요도, 고토부키야, 토미(2007년 현재 타카라 토미)와 같은 업체가 기준을 잡았고 이미 개라지 키트를 만드는 곳에서 원형을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엔화의 국제적인 향상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원가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일본 국내적으로는 200엔이라는 상당히 가벼운 금액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들이 겹쳐서 이 제품들은 서서히 고정 팬들과 이제는 성인이 된 기존의 팬들까지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번 생산에 약 10만개정도를 찍어내던 이 시장이 순식간에 2배에서 3배가 넘는 시장으로. 그리고 재판이 모자라 3판, 4판까지 찍는 시장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7월 기준으로 세계에 약 50만의 고정 팬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닛케이 캐릭터즈의 추정규모로는 2003년 말 기준으로 약 140만이라고 예상되며 잠재고객의 수요는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유행하던 경품성 감각과 어느 정도의 소규모 투자만 하면 완전히 시리즈를 다 모을 수 있다는 점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겠지요. 기본적으로 이 가샤폰 시리즈는 판매 시기(약 3개월에서 6개월-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음)를 끝내면 거의 다시 발매하지 않는 상술로 콜렉터들에게 잠시도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시리즈가 장기화된 제품들은 약 4-5년 주기로 재생산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그 경우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여기에 이 '캡슐장난감'에 영향을 받아 <포켓몬스터>라는 세계적인 히트작품도 나왔다고 말하고 있으니 생각 외로 역사와 감동이 겹쳐지는 아이템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만, 저에게 있어서는 돈 잡아먹는 괴물이었습니다.

 

인기에 동반 상승해서 나온 줄줄이 사탕식의 시리즈들,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걸작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제품화에 황당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일본에 갈 때마다 이것들을 구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이렇게 가샤폰을 소개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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