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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Story/2000 / 21c

콜렉션은 취미가 아닙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케이스 오픈’ 풍습이 있었습니다(^^).

 

꼭집어서 무슨 풍습이라고 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한 때 유럽을 비롯한 역사적인 콜렉터들에게 있어서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초판(初版)을 구입하거나, 싸인을 받아 모아둔다" 라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주로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 유행한 것으로 본래는 콜렉션의 일환이 아니라 일종의 동호적인 애정 표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품은 당연히 구입, 오페라 발표회의 첫 공연을 노리고, 책은 초판을 구입과 같은 유행이었지요. 음식문화에서도 첫 포도주를 누가 더 빨리 마시는가에 대한 지역적인 풍습과 함께 발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 출시 제품을 구입한 것은 그만큼 그것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방법이기도 했지요.

여기에 싸인이 들어간 녀석이나 작자의 흔적이 더해진 제품은 시간이 지나서 볼 때 팬들에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스타일은 나중에 작가가 세상을 뜬 다음에 가치를 더해가면서 옥션 등지에서 금전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콜렉팅 문화 형태와 달리 단순히 정품(正品)을 가지고 있다…라는 증빙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는 슬픈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디오나 게임관련 소프트는 불법 복제제품이 많은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면서 누구나 불법으로 즐기는 것이 당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 제대로 된 정품을 구해서 즐긴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랑거리로서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케이스 오픈 이었습니다.

본래 일본에서는 내용구성품에 대한 설명 및 전달자료로서 활용되는 케이스 오프 이미지였지만 말이비다.


물론 해외에서 이번에 나온 제품, 리뷰, 감상 등을 전달할 때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리뷰 스타일에서 기준한다고 하겠지만 안타까운 모습으로서 정착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형태로 시작된 것도 아니었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이 “앗! 정품이다”, “헉! 정품을…” 하면서 마치 정품을 이용하는 것이 신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정품'이라는 것은 받아들여지는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특히 중국 등지에서도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종의 경제적 사회적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자랑행위로 받아들여지면서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런 식으로 자랑하는 모습은 한국과 중국에서 발전된 형태로 보여지게 되었지요. 이런 관점들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저는 자주 분실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 이러한 사진을 찍어두자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다른 제품의 내용은 구입한 이들의 마음을 당길 수 있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요.




<마호로매틱>의 경우 깔끔한 ‘Picture 라벨’과 다양한 소품들이 더해지면서 DVD영상소프트 콜렉터의 마음을 이끌었다고 하겠습니다.

국내에서 이러한 Picture라벨을 도입할 수 없었던 점은 이 라벨 하나에 DVD 레이어 하나를 통채로 잡아먹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이것은 생산성이나, 국내에서 가격적인 면으로 경쟁하기 힘들었던 시장에서 도입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일본판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치로운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이야기를 해보면 일본판, 그 비싼 일본판 원판을 구입한 만큼, 원작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말을 할 수 있는 팬으로서의 기준이 성립된다고 했던 '시기의 소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제 취향에서 보면 이렇게 예쁘게 들어간 픽쳐타입보다 내용 콘텐트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고 하겠지만요.




사실 <마크로스 제로>나 <십이국기>와 같은 경우는 작품 자체가 너무나도 좋아서 구입하게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DVD를 구입한 이유가 뭔가 더 있어 보이는 것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위해서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다 재미있는 연출과 멋을 보여주었고, <마크로스>는 시리즈를 꾸준히 모았기 때문에 당연하게 구입을 했었던 작품이라고 하겠지요.




덕분에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 <십이국기>의 경우 일러스트와 함께 보이는 재미가 좋았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클리어타입 플라스틱 프린팅 기술은 80년대 말만 해도 상당히 고가의 프린트 기술과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고급상품에서밖에 볼 수 없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기술과 경제적 요인이 많이 발전되어 어느정도 수량만 맞출 수 있다면 개인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요. 그런 산업발전과 시대를 동시에 알게 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도 여러가지 요인과 완성형태에 따라서 단가, 가격차이가 심하게 납니다.





역시 사랑스러웠던 작품입니다.

특히 이 ‘츄츄’는 작품에 등장했던 클래식 음악들이 좋았는데 그 음반들을 포함한 이 녀석이 참으로 가슴속에 스며들었다고 하겠습니다.

당시로서는 이런 식으로 '음반'을 동봉할 수 있는 기획력보다 그런 것이 가능한 시장이라는 것이 많이 부러웠다고 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영화, 몇몇 대형 타이틀이 아니고서는 기획조차 성립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일반 구매층이 음반을 이제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심지어 CD플레이어가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이것은 묘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DVD플레이어가 있으니까 DVD박스나 타이틀을 구입하지 않겠는가? 라는 질문을 역으로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CD라는 타이틀을 모르고 지나거나 그것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MP3로 들을 수 있으면 충분한 상황에서 왜 CD를 따로 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이때 여러 영화 영상제작부서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클래식 음반이 추가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녀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작품과 함께 사랑할 수 있는 패키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이틀 제작이 가능하겠지만 추억어린 취미동인들의 제작환경을 벗어나서 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보는 애니메이션 DVD시장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당시 케이스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나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아마레이 사의 케이스에 대한 무한신뢰와 더불어 제작품번, 소켓타입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다 추억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더블케이스 타입은 이후에 또 한번 여러가지 이야기를 낳기도 합니다. - 소장공간의 절약이라는 부분과 애써 돈을 써서 구입한 물건이 싸구려로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에 별도케이스가 달린 제품을 선호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이 경우 그 케이스를 위한 별도의 외장케이스를 제작해야한다는 부분이 나오거나 별도 포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들에게 적었기 때문에 일본처럼 한정수주, 또는 기간 한정 제품이 아닌 이상 기획 자체가 어려운 때였다는 뒷말을 듣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시장도 한참 애니메이션 DVD 패키지가 10만 단위까지 팔리던 시대에 반짝한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오버맨 킹게이너>의 경우, 작품을 보면서 빠지게 되어 DVD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요. 덕분에 애니메이션 DVD를 모으는 특징적인 재미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키지이면서 안에 들어가 있는 부록들을 별도의 바인더로 묶어서 보관할 수 있는 책자형태여서 좋았습니다. 부클릿 이라는 부분을 통해서 보너스 같이 추가되는 자료, 팬들을 위한 개성이라는 점에서 참 재미있는 것이 많았는데 VHS 소프트 때와 달리 LD시대는 안에 들어가는 용지 공간이 제법 있어서 큰 사이즈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있었던 것에 반해 DVD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었던 만큼 기획력이 더욱 빛나야 했던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DVD 패키지 자체는 좀 썰렁했지만 말입니다(^^).

설명서와 동봉된 해설자료는 좋았지만 따로 보관하다가 결국 분실하고 말았다는… 아픈 추억이. (훌쩍)





<천년 여우>의 한정판입니다.

이 패키지 보기에는 그렇게 특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주변의 온도에 따라서 포장지의 색깔이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은 들었지만 직접 테스트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친구 말로 상당한 온도 변화를 주어야 색이 바뀌기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하기가 두려웠었지요(^^).

종이 패키지 포장입니다. 박스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용된 도료가 특이해서 주변 온도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는 것인데 그런 면을 보겠다고 열을 가하는 것이 좀 그러해서 저는 그냥 모양만 찍고 말았더랍니다.




작품에 빠지면 이런 재미가 더해진 한정판이라는 녀석은 정말 좋은 재미를 전달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팬 시장'이 형성되기 힘들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한일, 그리고 중국시장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산 애니메이션 영상소프트의 판매실적은 공식기록으로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2000년대가 넘어서고 얼마있지 않아서 중국발 카피DVD박스가 역수입되는 사정도 있었고 HD-DVD와 블루레이의 포맷경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차세대 영상소프트 시장이 물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HD급 영상을 기다리는 심리도 있어서 아주 멍멍한 실적들이 나왔었으니까요.

일본 취미인 친구들이 관련부서에 있다가 다들 다른 직종으로 변경하게 된 것은 시장의 정체와 더불어 카피 타이틀이 5~10만 단위로 팔려버리니 정식 라이센스 제품들의 실적이 너무 저조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일설에서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지를 통해서 대량으로 찍어버리는 시스템이 존재해서 하루 2만장 단위로 생산유통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후 이 업체는 검거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정도 숫자의 생산성을 가진 해적판업체는 계속 나왔습니다) 기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한정판이라는 타이틀 구성은 개성과 더불어 가격적인 만족감, 정품유저에 대한 기대치를 충분히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작품을 좋아하는 이에게 있어서 케이스 오픈이나 제품 리뷰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손쉽게 다시 볼 수 있는 환경이 좋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타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DVD의 경우 그 기준이 상당한 난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많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에 컬렉션하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 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시대의 모습(또는 아픔)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다양한 시간을 보내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케이스 오픈해서 찍어두냐고요? 귀찮아서 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왜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나마 잃어버린 애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즐거운 취미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