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2년에 가까운 사용시간이 지났습니다.
업무용이 아니라 취미용으로 그런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늦은 밤에 돌아와서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음악 감상을 하려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귀찮은 것이 많습니다.
적당히 방음이 된다고는 하지만 앰프 2개(인티&파워)가 아니면 진공관에 전원을 널고 플레이어에 전원을 넣고
음반들을 찾아 정리하다 보면 좀 그렇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PC를 기반으로 한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결국 헤드폰을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저는 방구석 오디오파이기는 하지만 더운 밤에 더위를 팍팍 느낄 수 있는 앰프들을 동원하면서까지 음악 감상을
하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방구석에는 지금까지 사용한 헤드폰 몇 개가 있습니다. 대부분 업무용과는 상관이 없는 취미 용이지만 근래에 가장 만만하게
2년 가까이 사용한 녀석은 역시 필립스 SHP9500입니다.
무엇보다 가격 효율이 좋은, 조금 막 써도 될 것 같은 것도 있지만 의외로 착용감이 우수해서 - 장시간 착용해도 압박감이 없다는 점이 아주 좋지요 - 그냥 취미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주요 감상은 음악이지만 영화 같은 동영상 감상에 있어서도 충분히 사용되었습니다.
헤드폰, 기본형에 속하는 애들은 사용시간과 주요 청취 환경에 따라서 어느 정도 성질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추울 때 사용하는 베이어 다이내믹 T90도 어느새 완전히 몸이 풀려서 고음역대와 함께 저음역대도 아주 잘 끌어내주고 있어서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따뜻해진 음색 변화에 조금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2014년 10월 경 포스트에는 이 9500이 무척 무난한 기기라고 말을 했는데,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레인지 표현을 기반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모니터링 능력으로 봐도 무척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싸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헤드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필립스의 물량 투입에 비해 좋은 평가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중적인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만,
'피델리오'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와 이후 꾸준히 그 신뢰감을 배반하지 않는 만족도를 생각하면 참 좋은 애라는 것을 말하게 됩니다.
취향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근래에 사용해본 정가 기준 10~40만 원대 헤드폰과 취미적으로 조금 무리를 할 수 있다는 60~80만 원대 제품을 약 20여 종 정도 들어봤고, 근래에는 저가 이어폰에 대한 접근도 조금 해봤습니다. 저가(低價 : Low Price)라고 해도 제 기준이기 때문에 일반인 기준으로 저가라고 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어폰은 제 기준에서 10만 원대 이하가 저가라고 생각을 했는데 근래에 와서는 실 구입가 5만 원대 이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좋은 소리를 잘 들려준다는 의미로만 볼 때 9500은 확실히 그 본체가 가진 개성이 없이 있는 그대로에 충실한 이어폰이라는 기준을 말할 수 있습니다. 대신 브랜드 착색이 없다는 점에서 하이파이와 모니터링 제품군의 중간에 속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의외성이 높은 물건이기는 합니다.
작년 겨울부터 취미용 귀마개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T90을 비롯하여 그라도 325i, 스탁스 등과 비교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방구석에서 돌아보면 과거 제품군들과 비교해도 무척 싼 가격대에 속하는 헤드폰이기 때문에 기대치는 낮았다고 하겠지요.
아웃도어 활용성은 근래에 들어 낮아졌고, 거의 환경이 조용한 밤을 기준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이기 때문에 개인 환경차에 대한 변화도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지금 평가를 더한다면 '무난하게 깔끔하다' 라는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제 기준이 일반기준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주변 취미인들 기준으로 소리에 대한 접근도도 다르니까요.
그래도 타인에게 권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준이라고 하면 일반인 기준으로 상당히 많이 오랜 시간을 소리를 듣고 감상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불어 눈도 혹사를 하고 있지만 심적 정서 안정에 있어서 여전히 소리를 듣고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기에 꾸준히 활용하고 있는데 대략 기준을 따져도 일반인 기준 2.5배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훈련이라기보다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체력이나 환경의 변화 때문에 좀 그렇고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음악기기들은 보통 한 계절은 지내봐야 친숙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적인 접근도 이래저래 오래 해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하겠지요.
순은, 순동, 코팅, 단자에 변화를 준 제품들을 다 연결해보았는데 확실히 또렷하게 음색, 변화되는 느낌을 들려줘서 놀랐습니다.
어중간하게 말하는 막귀를 자처하는 분들은 대부분 경험치가 적거나 제약이 있어서 일뿐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9500이라는 애를 가지고 여러 가지 접근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극(極)에 속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서 거론한다면 젠하이저, 베이어 다이내믹, 그리고 취향적으로 스탁스 제품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오랜 시간 들어본 제품군들과 비교해보아도 이 필립스 브랜드의 몇몇 제품들은 의외로 강한 생존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탄력적인 부분이겠지만 듣는 음악 특성상 변화가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확인을 했지만 (주로 강렬한 저역 비트감이 있는 음악들을 중심으로 재생하거나 이퀄라이징 한 상태에서 사용하게 되면 확실하게 하드웨어적인 성질 변화가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개발된 BA 유닛 같은 구성이 아니고서는 사용자의 주머니 상태와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요.
가끔 업무나 취미로서 수십에서 수백에 가까운 가격대를 형성하는 커스텀 모델을 만나보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여전히 방구석 오디오 (플레이어 + 앰프 + 스피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충만한 느낌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비싸고 싸고가 아니라 내가 가진 감성에 접근하는 소리에 얼마나 오랜 시간 추억을 담아 다시 새롭게 포장할 수 있는가도 떠올리게 되고요.
그윽한 색깔을 품고 지는 노을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이어폰, 헤드폰과의 조합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