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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Story/Plamodel

옛날 옛날에 취미라는 것을 하다 보면 ''

여러 이야기가 나올 거리가 있는 것이 아무래도 옛날 일들인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컴퓨터가 없던 시대의 모습을 글로만 써두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과거에 써둔 때보다 (1997, 1999, 2001, 2002 년도에 한 번씩 이런 글을 썼지만 그때는 글이 중심이다 보니 아무래도 감흥 전달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 훨씬 더 보여줄 수 있는 포스트로 정리하기 쉬워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확실히 젊은, 어린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과거에 그런 것이 있었다고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시대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너무 동떨어진 세계가 되면 아무래도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있어 전달력이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가끔 덕업을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리얼타임'으로 그것을 경험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마징가 Z'나 '건담'을 실시간으로 경험했다는 것이 스테더스였겠지만,
지금은 대부분 '에반게리온'을 경험한 세대와 '아날로그 - 디지털 애니메이션 변화기'을 경험한 것이 과거 회기에 대한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진~하게 경험하면서 지나온 취미 세대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 분들이 생각할 때, 과거 그런 취미 세계가 있었을 때 그런 시간대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기억력이 무지막지하게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시대가 그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오는 과정에 있다 보니 저도 그런 것들을 보면서 과거라는 모습을 추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갔을 때, 중국에 갔을 때, 미국에 갔을 때, 유럽에 갔을 때, 당시 리얼타임으로 문화생활을 해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감각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저는 좀 일찍 해외를 나가 다녔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가정용 컴퓨터 보급률이 낮을 때부터 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이해(또는 오해) 되는 경우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로서 정리를 해보면 해외 취미인 기준으로 1940년대 전후부터 취미를 하신 분부터 이제 막 태어나 글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의 모습까지를 대략 아울러 보면 또 재미있는 밴딩 다이어그램이 완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찌 되었든 한국에서 코흘리개로 살아가던 제가 경험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변화라는 것은 대단히 맹맹했습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제가 활동하는 영역 확장이겠지요.
길거리 강아지 같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인해 활동 범위가 확 늘어났지요.
게다가, 학교 앞 문방구에는 왜 그리도 다양하게 많은 (마치 마법의 동굴처럼) 괴이하고 신비하고 놀라운 것들이 많았을까요?

물론 저는 속칭 과학교재, 영재 개발, 지능 학습이라는 묘한 문구로 포장된 여러 장난감, 조립식 플라스틱 장난감들에 의해 정신이 빠지게 됩니다. 매일같이 시장 바닥을 굴러다니던 제가 그곳을 벗어나 학교 앞 문방구 주변을 맴돌았으니까요.
물론 그로 인해 만홧가게와 문방구는 저에게 있어서 일과처럼 들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구입은 하지 않고 매일 그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는 꼬맹이는 가게 주인에게 있어서 좀 그렇고 그렇겠지만요.

   


참고로 저는 저 '유성젯트호'나 '아톰 보트' 같은 것이 나오는 만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집에 TV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그냥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과연 저런 것이 나오는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혼자 상상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랜드 장난감에 들어간 아카데미는 큰 문방구에서나 취급을 했고, 가끔 보면 듣보잡, 브랜드 이름도 없는 별 마크만 달린 이상한 장난감도 볼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생각을 해보면 일본 타미야 마크를 흉내 낸 장난감이라고 하겠는데 타미야 브랜드처럼 나온 철인 28호 조립식 장난감이었습니다. 확실히 어떤 의미로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지요.

   


전반적으로 길거리 장사를 하는 분들이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케키, 하드를 리어카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저는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던 버스도 나름 특이한 시대를 기억하게 해줍니다.
살던 동네도 그랬지만 차가 지나다니기에는 좁고, 주변에 잘 사는 이가 거의 없다 보니 자동차를 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왜 그리 만화에서는 도시를 그리면 자동차가 그리도 많이 다니는지 궁금했었지요.
그래도 그런 것을 물어보면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질문이 많다고 하지요.
저거 뭐야?
저건 왜 저래?
왜 이런 이름이야?
이름 뜻이 뭐야?

간단히 말해서 70년대에 들어 가장 많은 혼돈을 겪은 것은 꼬맹이들이었습니다.
툭하면 외래어를 사용한 브랜드 이름이 나오는데 왜 그런 이름인지, 그 이름이 왜 쓰였는지 주변에는 아는 이도 없었고 가르쳐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제일 많이 물어본 것은 역시 과자 이름, 제과 사 명칭, 만화책에 나온 단어들이었습니다.
어머님 말씀이 "왜 쪼꼬레또(초콜릿)는 이름이 쪼꼬레또야?"라고 물어봐서 곤란해하셨다고 합니다.

 


왜 과자회사 이름이 롯데이거나 해태, 오리온인지 궁금해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어린 마음에는 뭐든지 궁금해하지만 그것을 답해주는 곳이 없다 보니 당연히 질문하는 것도 줄어들게 되지요.
게다가 가르쳐준다는 학교에서도 그런 것을 알려주는 곳은 아니다 보니 결국 제가 가야 할 곳은 도서관, 그리고 백과사전이었습니다.
다만 백과사전이라는 것도 일반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고, 대부분 글로 적혀있는 대사전 같은 것만 있어서 그것을 뒤져보면 제가 찾는 답 같은 것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나는 신이 되어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이지요.
그래봤자 동네 꼬맹이였을 뿐이지만요.

     


대부분의 장난감들은 아무래도 제 환경에서 볼 때 유명 만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것을 바탕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마징가를 TV로 보지 못했지만 (TV가 집에 없는데 어떻게 봅니까) 만화방 만화책으로는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마징가 장난감을 보고 에헤헤 했지요. 다만 그 외 다른 로복 장난감들이 나와도 그 작품 자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국내 TV 방송에서 그런 것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냥 나왔으니까,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제품이 나온 것이라 생각을 했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아카데미, 합동, 아이디어, 21세기 등 여러 제조사에서 나온 밀리터리와 SF 관련 플라스틱 장난감들은 나름 저에게 망상 병(또는 상상력의 극대화)을 키워준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집에 흑백 TV도 가져다 놓기 어려운 시절에 저는 컬러로 '마징가 Z'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집에 컬러 TV와 베타 VTR을 가진 그 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해외분이다 보니 어디선가 모르게 그런 것을 가지고 오십니다.
덕분에 저는 좀 일찍 컬러로 마징가와 해외 영화 몇 편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국산 장난감 타이틀가운데 워낙 수상하게 만들어진 작품도 있었지요.
그나마 '바루데이오스'는 일본어 발음을 따라 만들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발디오스가 바루데이오스라니...대충 읽은 일본어라고 하겠지요) 본래 명칭 'X 봄버'였던 오른쪽 로봇 장난감은 명칭도 화려하게 '비디오 레인져 007 (거기에 2라는 것까지 달고 나오다니)'라는 이름입니다.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신기한 세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헤헤한 환상에 빠져살아야 했던 저 같은 꼬맹이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신기하고 재미난 상상의 소재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모 방송 유명 멘트 풍으로 -
이런 것들만 보고 있던 저에게 신세계를 알려준 것이 있었지요.
예, 일본 소년잡지에서 흘러나온 장난감 광고 페이지였습니다.
전에는 버려지는 것을 주워서 들고 와 봤는데 이제는 그 책을 일부러 찾아서 봐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몇 년이나 지난, 일본 서적 몇 권들이 방치되는 곳을 알았기 때문에 (물론 당시에는 그것이 일본 소년잡지라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사진 이미지들을 보면서 언젠가 이런 제품이 나오겠구나 했습니다.
   


꼭 이런 것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듣도 보지도 못한 괴이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그러나 무언가 모르게 멋있어 보이는 이런 장난감 광고가 즐비한 일본 소년잡지를 한 번이라도 알게 되면 정신 못 차리게 되지요.
나중에 이런 책자를 많이 가진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문방구에서는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르지만, 일본 잡지를 보면 다음에 어떤 장난감이 나올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를 먼저 알아가는 존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금속제 장난감은 국내 생산력으로 만들어 내기 어려웠으니 당연히 더더욱 다른 세계의 물건이 되고 말았지만요.
   


참고로 제 주변에 약 2명 정도가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 여유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이모부 댁이었습니다.
연탄 배급소와 만홧가게를 하고 계시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초합금 장난감을 어디선가 구입해서 가져오시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뭐 그래봤자 저는 가지고 놀 수 없었지만요.
초등학생 2~3학년 때 쌍둥이 집이라고 하는 친분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 형제가 PVC로 된 가면라이더 관련 장난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맨날 놀러 간 기억이 있습니다. 두 쌍둥이는 서로 주인공 인형을 가지고 놀려고 했지만 저는 이상하게 아마존이나 시커먼 녀석(정확한 모습이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음) 좋아해서 같이 놀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 PVC 인형이 해외에서 귀한 대접받는 것을 보면서 그때 그 녀석들이 아직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의미로서는 좀 다르게 기억되는 로봇 장난감도 있습니다.
저는 이 광고지를 본 적이 있어서 이런 로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한국에서 이렇게 나왔을 때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다른 로봇으로 보였거든요. 게다가 아직 일본어를 읽지 못할 때이니 같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쪽 광고에는 변신합체를 하는데 아카데미제 아트란자는 변신합체를 못했으니까요.
순수한 저로서는 그냥 그게 다른 것이라는 인식만 하지 절대 같은 로봇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흑백 TV를 볼 기회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당시 10층 미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그곳에 사는 몇몇 아이들 집에는 흑백 TV가 있었고 그것을 통해 [공룡 수색대]나 [아이젠보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보게 되니 당연히 장난감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은 컬러 보급이 안되던 때에 컬러사진 이미지로 나온 아이젠보그는 정말 대단한 충격이었지요. 그래서 저 장난감을 사고 싶어서 울었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있습니다. 다만 제대로 만들어서 가지고 논 기억은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조립식 플라스틱과 모터가 쉽게 망가진다는 것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기본 SF 관련 장난감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밀리터리 장난감을 사는 친구들은 이해를 못 했는데, 몇몇 친구 집에 장난감 병정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좀 재미있어 보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싸우려면 외계인이나 괴수, 악당 로봇이랑 싸우지 왜 사람끼리 싸우냐는 생각에 밀리터리 쪽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나름 어린 마음에도 그런 것이 보여주는 환경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경쟁적으로 동네 꼬맹이들 네트워크에 있어서 강력한 파워밸런스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있었습니다.
구슬치기 놀이에 사용되는 구슬들입니다.
저는 저것들이 동네 문방구에서 팔리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직접 구입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가끔 주변 동네 애들이나 형들이 버리는 것을 주워서 몇 번 가지고 놀거나 했을 뿐이지요.
예쁜 구슬은 재미있는 모양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미화되었지만 저는 대부분 쓰던, 망가진 구슬들을 주워서 놀았기 때문에 이쪽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것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나중에 어떤 클럽에서 조명과 함께 이것들을 예쁘게 장식해 놓은 것을 보고는 재미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지만 감흥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딱지 치기에 사용되는 딱지는 구슬과 달랐지요.

 


아니 제가 좋아하는 로봇들이 잔뜩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흑백 시대에 컬러로 된 로봇 이미지 아이템이라는 것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틀림없이 세상은 색깔이 있었고 어릴 때를 기억하지만 무채색에 가까운 형태로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컬러에 대한 감각, 지악, 인지도가 대부분 이쪽에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요사이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딱지와는 많이 다른 것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오리지널과 가짜로 나누어져 불렸습니다.
컬러 핀 이 나가서 이상한 것부터, 색도 다르게 나온 딱지도 있었고, 심지어 그런 상태임에도 팔려고 나와있는 것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저는 당연히 로봇 관련 딱지만 모았습니다만, 의외로 별 등급이 낮은 것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이 딱지들은 군대 가기 전까지 차곡차곡 모아둔 것이 제법 있었는데 군대 다녀오니 다 버려져서 좀 훌쩍거렸더랍니다.
   


그나마 여기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딱지들은 상태가 좋은 것들이었고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나온 것들은 굉장히 특이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는 아예 일본산 제품을 그냥 들고 와서 파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떤 의미로 본다면 70년대 후반 이후에 나온 애들이 따라갈 수 없었던 오리지널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관심을 들였을 때 가격은 한판 20원일 때였지만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0원대라는 고급 관리품목으로 시작을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컬러 아이템'이잖아요.

컬러라는 기준을 이야기할 때 아무래도 흑백과 컬러.
그것이 전환된 시기를 말할 수 있는 데는 역시 TV의 역할이 크기는 합니다.
다만 그것이 보급되는 시기는 제법 오래 걸렸기 때문에 제가 컬러 TV를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생, 그것도 2학년 이후부터였습니다.
금성 제품으로 기억을 하는데 지금과 달리 방송시간대도 짧고(저녁 6시 - 12시) 볼 것도 별로 없었으며, 애들 방송이라고 하는 것을 보려면 몇 시에 어떤 프로그램이 어느 채널에서 하는지 알아야 했는데 신문을 보지 않으니 알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것은 달랐지요.
영화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컬러로 된 세상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제법 많은 분들이 기억할 수도 있고, 기억에 없을 수도 있지만 뷰 마스터라는 장난감(?)입니다.
동네에서는 이것을 보여주면서 돈을 받아 장사하는 분들이 나타났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순회하듯 애들을 끌어모았는데 저도 영문을 모르고 와 ~ 하고 가서 보니까 다들 이 이상한 것을 눈에 대고 보면서 와~ 와~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잘 사는 애는 집에 이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네에 사는 아버지가 외국인인 녀석 집에 이것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녀석 집에는 베타 테이프와 플레이어,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상한 장난감들이 즐비했습니다.
다만 요 녀석은 이상한 글자, 한문 같은 것을 잘 몰라 제가 주워온 일본 장난감 광고지를 보면서 자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둘이서 이런저런 취미 우정을 쌓았고 덕분에 이 취미로운 관계는 80년대까지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이 기기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냥 '빨간 찰칵이'라고 불렀는데 화면 넘길 때 나오는 소리가 찰칵거려서 그렇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을 통해 어린 나날에 세계여행도 다녀보고 이상한 그림도 보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입체감 있게 보인다는 것이 대단했지요.

   


사실 이 제품 이름이 뷰 마스터라는 것도 한참 뒤에 해외 취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름 같은 것을 잘 기억하지 않고 다녔는데 어렸을 때 접한 이런 아이템들 이름을 대부분 잘 기억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던 때가 있었지요.
더불어 가끔 일반 사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녀석을 본 이야기는 나오는데 다들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 이 장난감이 1980년대 유행한 것이라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는데 실제 이쪽 스테레오 픽 관련 장난감은 1940년대부터 시작해 1960년대에 큰 히트를 했고, 70~80년도를 거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남아시아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붉은색 3D 뷰 마스터가 널리 알려졌는데 사용되는 필름 구성에 따라 뷰어 디자인도 함께 바뀌어 팔리기도 했습니다. 이쪽도 제법 역사가 깊고 종류도 다양해서 컴플리트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해외 친구 중 한 명이 이쪽에 관심을 두고 모으고 있었는데 완벽하게 전부 모으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몇 종류만 모으고 있는데도 그게 제법 어렵다고 합니다.

   


클래식한 1950년대 버전들을 비롯해 TV용 필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이템이나 특수 제작, 스튜디오별로 제작한 것들도 나와있고 세트별로 픽처 버전이 달라 거의 완벽한 수집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은근히 놀라운 세상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제품개발 연도는 1939년이고 이후 대량생산을 거쳐 대중화된 것이 1940년대인데 이때를 전후해서 여행 사진, 역사유적, 관광지, 그리고 TV 소스와 영화 관련 제품군이 들어가면서 은근히 수많은 부자를 만들었고 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먹여살린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컬러사진 이미지를 통해, 스테레오 픽 구성을 통해 코닥이나 필름 회사, 사진 이미지 스톡 회사를 비롯하여 관련 사진가들에게 짭짤한 부수입을 안겨준 것으로 어떤 의미로 볼 때 비주얼 소프트웨어의 기초와 VR 기기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외로 이쪽 제품은 아시는 분들만 기억하는 것이 좀 아쉬운데, (참고로 저도 집에 1997년까지 2개 가지고 있었더랍니다) 은근히 추억 보정된 시대에 있어서 잊힌 아이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다방구, 술래잡기, 우리집에 왜왔니 왜왔니~, 고무줄놀이, 같은 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이것은 동네 친구들이 있을때나 가능한 것이지요. 늦은 시간에 혼자 놀다보면 그렇게 놀 애들도 만나기 힘드니 결국은 혼자 상상하면서 노는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추억에서 함께하는 여러가지 취미인생에 있어 변화를 준것은 역시 '그것'이었지만요.

다음으로 (언젠가) 이어집니다.